베트남은 설에 무엇을 먹을까? [베트남의 명절 음식]

다음주면 드디어 설...! 해마다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다. 휴일이 너무너무너무 없는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휴일이라 할 수 있는 4월과 설. 그 중에 설은 무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민족 대 이동이 벌어지니 되도록 베트남을 나가 여행을 하려는 편이다.

3년 전 다낭으로 갔더니 백화점이고 음식점이고 문을 닫아서 아쉬웠던 경험이 있다. 그래도 유명한 관광지는 대부분 무리해서라도 오픈하는 편이니 베트남으로 여행을 와도 무방하다.

 

가정마다 만드는 뗏절 음식들에는 특별한 정성이 담겨 있다. 1년에 단 한 번, 음력 12월 27일, 28일에는 될 수 있는 한 많은 가족 구성원들이 모여 뗏절 음식들을 만드는데 이는 현지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다. 전국 9,400만 인구가 고향으로 돌아가느라 베트남이 들썩인다. 삶이 아무리 바쁘고 지칠지라도 뗏절에는 가족이 모두 모여 정성스럽게 바나나잎에 찹쌀밥을 감싸고 반쯩을 만든다. 부모님과 형제에 대한 사랑을 듬뿍 담으며 행복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이다. 뗏절 음식들은 비타민, 탄수화물과 단백질도 풍부하여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한 건강식품으로 평소 부족했던 영양분을 섭취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풍요와 행복도 건강에서 비롯된다는 베트남인들의 생각이 뗏절 음식에 잘 담겨 있다. 

한국의 설 명절 차례상에 버금가는 베트남 뗏절 음식들을 만나보자.

 

 

반쯩(Bánh Chưng) & 반뗏(Bánh Tét)
북ㆍ중ㆍ남의 뗏절 대표음식  
북부의 반쯩, 남부의 반뗏은 뗏절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두 가지 모두 쌀문명을 바탕으로 한 베트남의 전통음식이지만 남부와 북부를 구분짓는 명확한 차이가 존재한다. 북쪽의 반쯩은 찹쌀, 녹두, 돼지고기를 “라 종(Lá Dong)”이라 불리는 나뭇잎과 대나무를 엮어서 네모나게 만든다. 또한 5가지 색상의 재료를 넣어 만든 “반쯩 응우삭(Ngũ sắc, 오색)”, 치자로 붉게 물들인 “반쯩 도(đỏ, 붉은)” 등 지방마다 특색을 지닌다. 남쪽에서는 바나나잎을 사용하고 둥근 원통모양으로 만든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또한 북부에 비해 고기를 적게 넣거나 아예 넣지 않는다. 중부지방은 반뗏과 반쯩이 모두 존재한다. 중부의 반쯩은 그 크기가 북부에 비해 작다.
또한 “새해를 맞이하는 떡(Bánh đón tết, 반 돈 뗏)”이란 말이 중부에서는 “회초리로 맞다(đòn tét, 돈 뗏)”로 발음되어 집에서만 반뗏을 먹는다는 재미있는 설이 있지만 최근에는 선물용으로도 만들고 있다.

 

 

 

맘 응우 과(Mâm Ngũ quả) 차례상 차리기
맘(Mâm, 쟁반)+응우(Ngũ, 오)+과(Quả, 과일)는 5가지 과일상을 뜻하며, 베트남 차례상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다. 각 지방마다 혹은 가정마다 차리는 과일은 다르지만 대체로 아래의 과일들 중에서 선택된다. 참고로 북쪽에서는 바나나를 차례상에 올리지만 남쪽에서는 바나나의 발음이 “기울다”라는 뜻을 가진 “Chúi(쭈이)”와 비슷하기 때문에 절대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남부에서는 수박에 부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있어 오과상에 반드시 수박을 올린다.

새해 소망을 담은 과일들
배(Lê, 레) : 바깥일이 순조롭게 풀리길 기원
석류(Lựu, 르우), 바나나(Chuối, 쭈오이) : 자손번창을 기원
사과(Táo, 따오) : 부귀영화를 상징
용과(Thanh long, 탄롱), 망고(Xoài, 쏘아이) : 행운을 상징
불수감(Quả phật thủ, 과 펏 투) : 액운을 방지 (이번호 웰빙에 수록)
수박(Dưa hấu, 즈어 허우) : 가족의 건강과 거래성사를 기원
파파야(Đu đủ, 두두) : 성스러운 기운을 의미

 

 

가장 특별한 뗏 과일, 수박
재물과 행운의 상징
남부 차례상에는 반드시 수박이 등장한다. 뗏 명절의 수박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상위에 올려진 수박은 재물, 행운, 건강을 기원하는 상징물로 귀하게 모셔진다. 물론 이러한 의미에 걸맞게 수박은 정성스럽게 치장되고 표면에는 “Phát tài Phát Lộc(발재발복 - 發財發福)”이라는 재물과 복을 기원하는 문구가 새겨진다. 겉은 진초록, 속은 붉은색에 크고 둥글수록 재복도 많이 들어온다고 하니 덕택에 수박 상인들은 멋진 수박을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어 뗏절이 다가오면 싱글벙글이다.

 

 

 

약방의 감초 고기어묵 짜죠(Chả Giò)
뗏절 음식으로 세번째로 인기있는 “짜죠(Chả Giò)”이다. 찹쌀밥, 반쯩과 함께 먹는 일종의 어묵 같은 음식이다. 돼지고기, 소고기 혹은 닭고기로 이 짜죠를 만들어 낸다. 이 짜죠의 짜(Chả)는 끓인다는 뜻이고, 죠(Giò)는 기름에 튀긴다는 뜻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짜죠는 오랜 기간 보관이 가능하도록 잎사귀에 싸여진다. 국수에 넣어 먹기도 하고 그냥 먹기도 한다. 이 짜죠는 반미에 넣거나 안주로 먹는 등 1년 내내 베트남인들이 즐겨 먹으며 뗏절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오손도손 나눠먹는 찹쌀밥 쏘이(Xôi)
알록달록 찹쌀밥 ‘쏘이(Xôi)도 뗏절과 함께 한다. 베트남에서는 부모님에게 감사의 의미로 찹쌀 음식을 놓아두고 기도를 한 다음 가족끼리 나눠 먹는 풍습이 있다. 땅콩을 곁들인 쏘이락(Xôi Lạc), 녹두 찹쌀밥인 쏘이도싼(Xôi Đỗ Xanh), 유주열매를 넣어 만든 붉은 찹쌀밥인 쏘이각(xȏi gấc)등 가짓수도 다양하다. 이 중에서 쏘이각이 뗏절 음식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데, 그 붉은색이 행운과 성취를 가져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뗏절을 장식하는 수탉 루옥가뗏(Luộc Gà Tết)
명절의 메인 메뉴 삶은 닭 요리. ‘루옥 가 뗏(Luộc Gà Tết)’이라 불리며 삶은 수탉을 멋지게 장식하여 쟁반에 담는다. 요즘은 먹기 좋게 부위별로 잘라서 접시에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전통적인 방식은 통째로 한 마리를 삶아 나눠 먹는 것이다. 라임, 소금, 후추로 소스를 만들어 먹는다. 쏘이(Xôi), 반쯩(Bánh Chứng)과 함께 곁들여 먹으며 명절 분위기를 한껏 살린다. 뼈는 모아서 쌀국수나 수프의 육수로 쓰여 버리는 것이 하나도 없는 뗏절의 매력 만점 음식이다.

 

 

 

종합과자세트 믓뗏(Mứt Tết)
믓(Mứt)’은 잼(Jam)을 의미하며 설탕과 잼에 과일이나 씨앗을 절여 과자를 만들어 놓은 종합과자세트를 ‘믓 뗏’이라 부른다. 명절을 맞이하여 친척들, 이웃들과 오손도손 모여 대화를 나누며 ‘믓 뗏’과 차 한 잔을 즐긴다. 과일을 절인 것은 대체로 새콤달콤하고 해바라기씨 혹은 호박씨를 절인 것은 고소한 맛을 낸다. 생강, 당근, 코코넛, 파인애플, 연밥, 고구마 등 그 재료도 다양하다. 집집마다 특별한 믓 뗏을 만들어 뗏절을 기념한다.

 

가족애에서 시작된 풍요와 행복을 기원하는 뗏 음식. 우리네의 정성스러운 차례상과 다를 바 없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