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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에 중국이 있다? 시간이 멈춘 골목 [하오 시 프엉]

심심푸리 2019. 1. 23. 13:57

 

호치민을 여행다녀온 사람들에게서 당췌 볼거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호치민은 어떤 여행지인가 생각해보면.. 휴양지도 아니고 관광지도 아닌 느낌.

하지만 묘한 매력으로 한 달 살기를 해도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

그리고. 음식, 커피, 사람이 좋은 곳

 

오늘은 숨은 보석같은 작지만 독특한 장소를 소개할까 한다.

딱 한 번 가보았지만 사진을 다시금 열어 보면 이곳만의 오래된 느낌, 그러면서도 어디선가 익숙한 어린시절이 생각나는 곳이다.

시간이 멈춘 골목, Hao Si Phuong 하오 시 프엉 거리이다.

 


 

화교가 모여산다는 쩌런Cho Lon 시장이 있는 5군엔 화교들의 올드 타운이 있다.

쩐흥다오 Tran Hung Dao 208번지와 204번지 사이에 위치한 하오시프엉 골목이다.

벤탄에서 10분 정도 차를 타고 5군 쩐흥다오(Trần Hưng Đạo)길 206번지에 내려 하오 시 프엉(Hào Sĩ Phường)골목에 도착했다. 시끌벅적한 바깥 도로에서 벗어나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화교들의 마을이 조용히 이방인을 맞이한다. 쩌런(Chợ Lớn)시장에서 억척스럽게만 여겨지던 화교들의 모습이 이곳에서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바뀐다.

 

 

밖은 분명 여느곳과 다를바 없는 호치민거리이나.

마치 만화영화 센과 치히로에서 터널을 통과하면 펼쳐지는 신세계처럼,

잠시 깜깜한 터널을 들어오는 순간, 과거의 거리가 펼쳐졌다.

 

 

막 비가 내리고 개인 시간.

퇴근시간 전에 방문해서 이 거리는 무척이나 조용했다.

옛날 벽과 창틀, 길게 이어진 복도를 마주 하고 집이 알차게 모여있다.

 

 

왠지 주인이 있는 듯한 검은 고양이가 빼꼼.

베트남의 동물들은 사람에게 친숙한 편이지만 저 눈빛은 경계다ㅎ

 

 

 

 

너무 예뻐서 카메라 셔터를 자동으로 찍어댔다.

약 200개의 가구가 66개의 집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데,

화교들은 서너 가족이 모여 한군데 사는 것에 익숙하다고 한다.

이 골목이 ‘하오 시 프엉’이라 불리게 된 데는 여러 설이 있다.

그중 한 가지 설로, ‘하오(Hào)’는 의협심을 뜻하는 ‘하오 히엡(Hào Hiệp)’에서 왔으며

‘시(Sĩ)’는 협객을 뜻하고 ‘프엉(Phường)’은 ‘프엉 부온 반(Phường buôn bán)’에서 온 것으로

상인조합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종합해 보면 ‘의협심 있는 상인 마을’ 이라는 뜻이 되어

100년 전 이곳으로 이주해 온 화교들의 의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곳의 주택은 18세기 후반~19세기 초에 지어졌다.

보수작업을 한 벽과 창틀에서 100년 세월의 흔적이 보인다.

아기자기하게 페인트 칠해진 구부러진 지붕들과 벽들이 고요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더한다.

이런 독특한 분위기로 2016년 개봉된 베트남 영화 “Lost In Saigon”의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입구에 들어서면 노랗게 칠해진 벽들을 볼 수 있고, 쇠로 된 문과 지붕은 코발트블루 색상 등으로 칠해져 있다. 세월이 흘러 색이 벗겨진 곳에는 칠을 다시 해놓았다.

몇몇 집들은 예전 풍경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색도 예전 색상 그대로 두고 있어 베트남 사람들은 “Nơi thời gian ngừng lại(너이 터이쟌 느엉 라이 - 시간이 멈춘 곳)”이라고 말한다.

철문 하나를 통과했을 뿐인데 고요한 데다 마침 비가 내린 후라 촉촉하고 운치있었다.

이색적인 사진 촬영 장소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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